[엘레멘트컴퍼니] 브랜딩 매커니즘, 브랜딩은 감각이 아니라 구조다
- lmnt

- 9월 1일
- 6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13일
이 글은 LMNT 최장순 대표가 <Chief Executive> 8월호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브랜딩은 근본적인 지점에서 기업의 목적을 정의하고 그것을 기업과 연결하는 일부터 고객에 직간접적 혜택을 주기 위한 스토리 구축과 모든 종류의 경험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작업이다. 비즈니스를 접지 않는 한 브랜딩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브랜딩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원천은 무엇일까.
고대 노르웨이어 ‘Brandr’(‘불’, ‘태우다’, ‘낙인찍다’라는 의미)에서 ‘브랜드’가 파생했다는 식의 설명은 오늘날 브랜드를 이해하는데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 고대 노르웨이어, 게르만어, 고대 영어를 들춰보는 모든 해설은 상표 부착을 통한 소유권, 최소한의 식별을 위한 표식(혹은 상표) 그 이상도 이하도 의미하지 않는다. 브랜드를 ‘낙인’으로 정의하는 이러한 방식은 자본주의의 언어로서 브랜드를 설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공동체에서 요구하는 브랜드의 역할과 시대정신에 대해 인색할 뿐이다.
브랜딩 매커니즘
브랜드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컨셉을 살펴봐야 한다. 컨셉은 도처에 있다. 건강과 관련한 컨셉, 돈과 관련된 컨셉, 자동차, 건물, 식음료, 인간관계, 독서, 쇼핑 방식, 육아 등 수많은 생활 양식에 따라 다양한 컨셉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컨셉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씩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그 수많은 컨셉 가운데 자본의 눈에 들어온 컨셉은 강력한 힘을 구축하게 된다.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은 컨셉이라는 영혼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빌려입는 육신에 가깝다.
현대 사회의 중심에는 언제나 특정한 ‘컨셉’ 혹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사용자 친화성’, ‘미니멀리즘’, ‘지속가능성’, ‘평등’, ‘자기다움’ 등 보다 포괄적인 스케일의 컨셉이 있는가 하면, ‘무향 섬유유연제’, ‘1분 명상’, ‘천천히 흡수되는 세럼’ 등 미시적인 단위의 컨셉도 있다. 그런 컨셉들이 경쟁 시장에서 지지를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컨셉은 자본가, 기업,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컨셉이다. 이득의 대상을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컨셉의 방향과 브랜드의 철학이 달라진다.
여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는 컨셉이 있다. 보다 안전한 차라는 컨셉은 실질적 구현만 된다면 가격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며, 소비자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이 컨셉이 경쟁사 대비 차별 가치를 만들고 장기적 이익을 실현시킬 것으로 판단되어, 누군가에겐 비즈니스의 핵심 아이디어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진정성 있게 구현만 된다면, 소비자의 목숨을 보호할 수 있는 컨셉이니 공동체에도 이익이 된다.
마케팅의 비용 절감을 위해, 이 컨셉을 보다 간결하게 설명하고 판매하기 위한 효율적인 언어가 필요하다. 매번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고 설명하기 번거로우니까. 그래서 스웨덴 기업 SKF(Svenska Kullagerfabriken AB, ‘스웨덴 볼베어링 유한회사’라는 의미)는 이 아이디어에 ‘볼보(Volvo)’라는 ‘나는 굴러간다’는 뜻의 1인칭 단수 라틴어 동사를 연결(Link)했다(‘볼보‘는 원래 자동차 베어링에 사용하려고 1915년 상표등록된 이름이었다). 이렇게 특정 컨셉에 연결된 언어를 흔히 ‘브랜드’라 부른다. 이처럼 브랜드는 단순한 식별이나 구별만을 위한 상표가 아니며, 자본주의의 핵심 언어로 관리된다.
이 회사는 ‘볼보는 안전한 차’라는 스토리를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세계 최초의 3점식 안전벨트 발명, 자동차 충돌 테스트, 무사고 기록, 수많은 광고물 등 다양한 실체적, 인지적 활동을 전개해왔다. 그 결과, 이 차의 디자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볼보’하면 ‘안전’을 떠올리게 됐다. 단순 소유권 표시를 위해 ‘낙인’ 찍는 도장에 불과했던 브랜드가 소비 공동체 인식에 강력히 ‘각인’되는 하나의 ‘의미’가 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브랜드는 의미론적 사실(Semantic Fact)이 된다.
‘성공한 CEO의 차’라는 아이디어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그림자다. 그래서 벤츠를 타는 것은 그저 비싼 차를 타는 게 아니라, ‘사회적 성공’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다. 반면, BMW는 ‘자수성가한 젊은 CEO가 타는 차’로 포지션했다(아쉽지만 한국에선 이런 의미가 없다). 벤츠의 사용자를 ‘부모 도움으로 성공한 CEO’라고 놀리는 모양새다. 능력있는 젊은 CEO는 운전기사도 필요 없다, 운전을 직접한다, 그런데 BMW는 주행감이 좋다, 그래서 운전이 재미있다, 결국 도출된 슬로건은 ’운전의 즐거움(Freude am Fahren)’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렇게 특정 컨셉과 연결된 (비)상업적 이름이 ‘브랜드’다. 이름이 없을 때 그 컨셉을 대변할 언어의 집을 짓는 작업이 바로 ‘브랜드 네이밍’이다. 브랜드에 특정 아이디어를 지속 연결/ 강화하는 모든 활동을 ‘브랜딩’이라고 한다.
“저희가 이번에 브랜딩을 마무리했거든요. 그런데 큰 변화가 없어요.”
“사업 초기부터 브랜딩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브랜딩은 돈을 벌고 해야할 것 같아요.”
여러 기업인들로부터 흔히 듣는 이야기다. 이름을 만들었다고, 로고를 만들었다고 브랜딩을 다 했다고 믿는 건 너무나 소박한(naive) 태도다. 브랜딩은 네이밍이나 로고 디자인이나 패키징에 국한되지 않는다. 브랜딩은 근본적인 지점에서 우리 기업이 목적으로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 컨셉과 기업을 연결하는 일에서부터, 고객과 관련하여 직간접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스토리 구축과 실질적 혜택 설계, 그리고 이를 대표할 컨셉과 언어의 연결을 모두 포괄하는 매우 방대한 작업이다. 이런 작업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고, 유지하기도 힘들다. 우린 이미 브랜딩에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중단하지 않는 한, 브랜딩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브랜드와 가치
브랜딩은 소비자의 인식을 디자인하는 과정이다. 소비자의 마음은 언제나 복잡하다. 먹고사는 문제, 꿈에 대한 고민, 인간관계, 거주의 문제, 정치적 고민 등 복잡다단한 생각이 얽혀 있다. 그런 마음 한 가운데 브랜드를 심는 작업이 단 한 번에 끝날리 만무하다. 그래서 브랜딩은 쉬지 않고 지속해야 하는 활동이다.
그 브랜딩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원천은 무엇일까? 특정 컨셉을 제시했을 때 어떤 브랜드를 떠올리는 사람의 수를 브랜드 강도(Strength)라고 한다(Fig 1).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는지(recall) 그 수에 따라 브랜드의 힘이 좌우된다. 브랜드 강도가 커지면, 경쟁사 대비 부가가치가 높아지는데, 이 부가가치의 합을 통상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브랜드 자산이 높을수록 품질인식과 주가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전략가, 디자이너, 마케터, 광고인들은 표면적으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으나, 그들 모두 1) 브랜드 강도를 높여, 2)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3) 기업가치를 높이는 브랜딩 프로세스에 참여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의 지속가능성은 자본가, 소비자에게 가치를 창출하는지 그 여부에 달려있다.
자본가, 소비자가 생각하는 거치는 매우 다르다. 자본가에게 가치있는 일이란 단적으로 말해 투자대비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이다. 이는 ‘비용(Cost)’의 문제에 속한다. 얼마나 비용을 줄이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가 그들에게 가치(Value)있는 일이 된다. 소비자는 이와 다르다. 대체적으로는 ‘공동체가 열망할만한 것인가?’, ‘이상적인 것인가?’하는 질문이 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며, 직접적으로는 혜택(Benefit)의 문제로 환원된다.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브랜드란 혜택이 크거나 많은 브랜드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 하는 모든 기획은 자본가에게 비용상승으로 문제로 귀결된다. 혜택과 비용의 문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만, 양쪽 모두가 만족하는 브랜드 가치를 설계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Value=Benefit/Cost라는 공식을 마주하게 된다. 이 공식은 자본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지만, 양자의 관점에서 그 구성 요소는 다르게 해석된다.자본가는 이 공식을 ROI 관점에서 바라보며 비용을 금전적 투자와 운영비 중심으로 해석한다. 반면 소비자는 이 공식을 경험 중심으로 해석하며, 비용을 시간, 노력, 불편 등 인지된 부담으로 받아들일수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 비용과 혜택의 개념을 보다 확장한다면, 브랜드 가치를 보다 입체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Fig 1. 브랜딩 매커니즘

자본가 관점에서 비용(Cost)은 단순한 생산원가나 마케팅비용을 넘어, 브랜드 구축과 유지에 소요되는 총체적 자본 지출을 의미한다. 제품 개발, 인건비, 유통, 커뮤니케이션 투자, 리스크 대응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는 수익률과 자본 회수 속도에 직결되는 전략적 지출이다. 혜택(Benefit)은 매출 증가, 마진율 향상, 시장점유율 확대 같은 직접적 수익뿐 아니라, 고객 생애가치(LTV), 주가 상승, 브랜드 프리미엄 등 무형 자산의 누적 효과까지 포괄한다.
기업은 상황에 따라 비용 절감, 혜택 증대를 위한 전략을 고민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결국 브랜드 선호도와 충성도를 높이고, 자본가에게도 더 큰 수익성과 자산 가치를 안겨준다는 점이다. 소비자 중심주의와 자본 중심주의는 대립 가치인 동시에 연결되어 동시에 추구해야 할 양대산맥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비용(Cost)은 단순히 금전적인 지출 뿐 아니라, 브랜드를 탐색하고 구매하고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물리적, 심리적 부담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가격, 수수료 등 금전적 비용 외에도 시간, 노력, 심리적 스트레스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혜택(Benefit) 역시 제품/ 서비스 구매 및 사용을 통해 얻게 되는 이점이나 만족감을 의미하며, 크게 물리적, 정신적, 관계적 혜택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기업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비용을 낮춰 가치를 높이는 ‘비용 중심 차별화 전략’과 혜택을 높여 브랜드 가치를 견인하는 ‘혜택 중심 차별화 전략’ 중 사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소비자와 자본가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때, 브랜드는 자산으로 전환되며, 그 자산의 출발점이자 근원은 바로 ‘브랜드 가치’에 있다. 가치에 대한 말랑말랑한 도덕적 차원의 설명은 잠시 넣어두자. 가치에 대해 보다 경제적인,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관점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와 공동체

브랜드의 가치는 최초 투자를 공제한 후, 미래 기대 수익의 현재 총합으로 평가될 수 있다(Fig 2). 할인율(r)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율이다. 브랜드 가치경영을 통해 고객 선호도 및 충성도 강화, 구매력 증대, 나아가 브랜드 평판이 강화되면, 미래 수익 창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질 수 있으며, 결국 할인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 공동체의 지지를 받는 브랜드일수록 미래 수익이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어 할인율이 낮아지고, 브랜드 가치가 커는 것이다. 브랜드의 재무적 가치는 단기 매출 수치를 넘어서, 자본조달, 투자유치, 인수합병, 고객 충성도, 장기 전략 실행력까지 기업의 전반적 역량에 영향을 준다.
고객 충성도, 선호도, 입소문, 재구매, 애착 등은 모두 공동체의 반복적 사용과 신뢰 축적을 통해 형성된다. 아무리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하더라도, 브랜드는 일시적인 광고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소비자 커뮤니티, 팬덤 등 공동체의 정서적 자산으로 축적되며, 이를 통해 브랜드 자산이 구축된다. 그들이 없었다면, 브랜드는 단지 제품에 불과했을 것이다. 브랜드는 공동체의 심리적, 물질적 자산과 에너지를 사용하여 많은 혜택을 얻게 된 만큼, 사회적 환원을 고민해야 하며, 이는 단지 윤리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의 장기 생존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다. 브랜드가 사랑받은 만큼 책임지는 방식이며, 브랜드가 지속가능해지는 유일한 길이다.
한 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고 외치는 한 브랜드가 있었다. 매우 감각적인 광고와 카피가 인상적이었고, 많은 이들이 좋아했던 카피로 기억한다. 나는 이 카피가 못내 아쉬웠다.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떠나라는 말은 위로의 말이었지만, 실상 많은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실직의 상처를 상기시켰다(2000년경 당시 IMF 극복기 구조조정이 한창이었음). 브랜드는 소비만을 말해서는 안된다. 공동체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까지 헤아려 말할 수 있어야, 품격있는 자본의 언어가 된다. 브랜드는 공동체의 니즈만이 아니라, 그 상처까지도 읽어야 한다. 단지 트렌드만 되풀이하여 표면적인 화려함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정서의 맥락을 이해하고, 타자의 고통을 호출하면서 상품 소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드적 언어를 배격해야 한다. 브랜드는 단지 이윤을 남기는 주체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되도록 많은 이에게 의미를 창출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About LMNT
엘레멘트컴퍼니는 인문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본질과 의미를 발견하는 브랜딩 연구공동체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네이밍이나 로고 제작을 넘어, 브랜드가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합니다. 기호학과 철학을 토대로 일상의 사물에서 브랜드의 고유한 서사를 찾아내며,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 지속가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합니다. 인문학의 다양한 관점과 방법론을 통해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자본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브랜드 전략을 수립/ 실천합니다.
브랜드 전략 수립: 업의 본질 발견부터 브랜드 컨셉 도출까지 | 브랜드 비즈니스 전략, 아이덴티티 전략, 포트폴리오 전략 등
브랜드 경험 디자인/ 실행: 고객 접점에서의 총체적 브랜드 경험 설계 | 네이밍, 디자인, 마케팅, 팝업스토어, 영상 등 기획 및 실행
브랜딩 매니지먼트: 브랜딩, 리브랜딩 이후 지속적인 사후 관리(주기적 자문, 워크샵, 자산 평가 등)
Contact: kevin@lmntcomp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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