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멘트컴퍼니] "왜 요즘 비행기는 다 하얀색일까?" 하늘의 문법을 따르는 디자인 : 파라타(PARATA) 리버리 디자인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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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전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5시간 전
글 : lmntcompany 황의성 책임
엘레멘트 퍼블릭토크 연재를 시작하며
지난 2025년 10월 29일, 엘레멘트컴퍼니에서는 브랜딩과 마케팅 현업에 계신 분들과 함께 프로젝트의 인사이트를 나누는 ‘퍼블릭토크’가 열렸습니다.
이번 퍼블릭토크는 기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파라타항공(PARATA AIR)’의 브랜딩 및 크리에이티브 제작 과정과 사전 설문을 통해 참가자분들이 궁금해하셨던 주제를 나누는 스몰토크 세션으로 진행되었습니다(관련 기사 : 토탈 브랜딩 에이전트, 엘레멘트컴퍼니 ‘퍼블릭토크’ 성료, 조선비즈, 25.10.31일자).
파라타항공의 브랜딩 케이스는 이미 지난 4월 최장순 대표가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University of Turin)에서 열리는 국제 기호학 심포지움에서 그 기호학적(semiotic) 분석 과정을 공유하며 국제적인 공감을 얻은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 한-이탈리아 기호학 공동 심포지엄 성료… LMNT 최장순 대표 기조 강연. 동아일보 25.4.11일자).
이번 퍼블릭토크는 엘레멘트 특유의 인문학적 브랜딩의 어프로치를 업계에 소개하며, 국내 브랜딩 전략의 새로운 국면을 제안하고자 하는 목표로 기획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나눈 뜨거웠던 대화와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더 많은 분과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 연재를 시작합니다.
앞서 '브랜드 네임 개발 과정’과 ‘파라타(PARATA) 로고 디자인 과정'을 소개했고 세 번째로 '파라타(PARATA)' 리버리 디자인 비하인드를 엘레멘트컴퍼니 황의성 책임이 소개합니다.


1. 우리에게 필요한 본질
디자인 전략을 수립할 때, 우리는 항상 두 가지 질문을 먼저 확인합니다.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를 끝까지 지켜줄 최우선 가치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회의실에서만 떠오르는 게 아니라, 실무에서 매번 같은 형태로 돌아옵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 시안이 어느 정도 나오면 현업에서는 곧바로 이렇게 물어봅니다.
“실제 운영에서 유지할 수 있나요?”

그래서 우리는 브랜드 전략 과정에서 도출된 다양한 키워드(신뢰, 세심함, 경험의 디테일, 진정성, 합리성, 안전 등)를 ‘운영 가능한 가치’라는 기준으로 재정렬했습니다. 그리고 ‘비행’이라는 업의 본질과 가장 맞닿아 있는 핵심 가치는 결국 신뢰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신뢰’를 전달하는 디자인은 무엇일까?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운송업 전반을 넓게 훑어보았습니다. 대형 덤프트럭, 비행기, 헬기, 로켓, 요트는 물론 영화와 게임 속 기체까지 검토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운영 가능성, 유지보수, 안전이라는 기준으로 사례를 걸러내다 보니 두 가지 에피소드가 특히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Ep.1 <스타트렉>의 함선 '엔터프라이즈호'과 흑백TV
1966년 방영된 SF의 원조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함선 ‘엔터프라이즈호’은 밝은 회색입니다.
이 선택은 ‘멋’이 아니라 ‘전달’의 문제였습니다. 칠흑 같은 우주 배경에서 윤곽이 명확히 보여야 했고, 당시 주요 매체였던 흑백 TV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인식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제약이 디자인을 방해하는 조건이 아니라, 오히려 방향을 정해주는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p.2 공구와 중장비의 기능적 미학
산업 현장의 공구와 중장비는 독특한 사용 환경을 전제로 설계됩니다. 보쉬(Bosch), 페스툴(Festool), 스카니아(Scania) 트럭 같은 장비들은 먼지와 고열이 난무하는 혹독한 환경을 견뎌야 합니다. 따라서 장식적 요소는 철저히 배제되고 오직 기능에만 집중합니다. 여기서 오는 견고한 마감과 소재감이 주는 터프함(Toughness) 그리고 사용성 혹은 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직관적인 컬러 대비의 볼드함(Boldness)은 그 자체로 사용자에게 강력한 신뢰를 줍니다.


두 에피소드는 결국 같은 흐름 속에 있습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미적 표현이 아니라, 시대의 기술과 환경이 만들어낸 최적의 답안이라는 점입니다. 성층권의 극한 환경을 뚫고 시속 900km로 날아가야 하는 항공기 역시 이 거대한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파라타의 디자인은 화려한 장식보다는 언제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했습니다.
2. 시대의 흐름 속 리버리 디자인
항공 리버리 디자인의 변천사를 훑어보면, 디자인은 언제나 기술과 경제 상황, 그리고 운영 효율의 논리에 종속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이 흐름을 시대적 특성에 따라 네 가지 단계로 정리했습니다.

1950년대 (Bare Metal) — 기술적 한계
도료 기술의 한계와 비용 절감이 맞물렸던 시기입니다. 알루미늄 본연의 은색을 그대로 노출해 금속 특유의 강인함을 드러냈습니다.
1970년대 (Cheatline) — 심리적 안정
대형기 등장으로 기체가 커졌고, 하키스틱을 닮은 치트라인은 ‘안정감’을 만드는 장치로 활용되었습니다. 거대한 구조물을 안전하고 단정하게 보이게 만드는, 일종의 시각적 설계입니다.
1980년대 (Billboard) — 경쟁과 과시
규제 완화 이후 경쟁이 치열해지며 동체는 ‘광고판’이 됩니다. 브랜드 노출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기능이 이동한 시기입니다.
1990년대 이후 (Euro White) — 운영 효율의 극대화
리스 시장의 성장과 환경 규제가 맞물리며, 디자인은 철저히 운영 효율성을 따르기 시작합니다. 결국 유지보수·비용·표준화에 유리한 흰색 바탕이 ‘기본값’이 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활주로의 풍경은 어떠할까요? 우리는 흥미로운 시각적 특징의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FSC와 LCC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를 뿐 아니라, 디자인을 대하는 목적도 다릅니다.
FSC: 전통과 헤리티지, 신뢰, 서비스 품질을 ‘보증’해야 하기에 디자인 변화에 보수적입니다.
LCC: 브랜드 주목성과 활력을 빠르게 ‘획득’해야 하기에 보다 디자인 운영이 유연합니다.
파라타항공은 FSC와 LCC의 중간 지점에 있는 하이브리드 서비스 캐리어(HSC)를 지향합니다. 그렇다면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 역시 ‘초저가의 파격’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누리는 신뢰할 수 있는 여정에 가까워야 했습니다.


3. 비행기 동체가 대부분 하얀색인 이유 : 운영 관점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현업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다 돈이야. 비용 효율의 문제야.”
항공업에서 비용 효율은 단순한 절감의 문제가 아닙니다. 산업 구조상 운영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항공사의 초기 진입 장벽은 매우 높고, 기종 구성에 따라 수천억 원 단위의 자본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많은 항공사가 비행기를 직접 구매하기보다 리스(Lease)로 운용합니다.
이때 금융사, 리스사, SPC(특수목적법인)의 관점에서 비행기는 브랜드의 상징이기 이전에 하나의 담보 자산입니다. 리스 종료나 운영 이슈가 발생하면 기체는 다른 항공사로 이전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기존 도장의 제거와 재도색이 필요해집니다
따라서 강한 브랜드 컬러로 동체 전체를 덮는 방식은 오히려 운영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도장 박리와 재도장 비용만 대당 3억~10억 원이 들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일정 지연과 다운타임도 발생합니다.

여기서 유로 화이트(Euro White)는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가장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도 유리합니다. A330급 광동체 기준으로 도료 무게만 약 500kg에 이르기 때문에, 도색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연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열 관리와 안전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흰색은 태양열 반사에 유리해 기체 온도 상승을 줄이고, 크랙이나 오일 누출과 같은 이상 징후를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결국 파라타의 리버리 디자인 방향성은 이 거대한 운영 조건 위에서 유로 화이트로 좁혀졌습니다. 이는 타협이 아니라, 항공기라는 자산이 가진 문법을 받아들인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4. 무엇을 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지 정하는 일

유로 화이트 기반으로 수십 가지 시안을 검토한 끝에, FSC의 안정적인 리버리 문법을 계승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그 안에서 운영 리스크를 더하지 않으면서도 ‘파라타다움’을 남길 수 있는 디테일을 고민했습니다.
펫네임 : 기체 전면(Nose)에 각 비행기만의 고유한 이름을 표기했습니다. 편명과는 별도로 개별 기체마다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개별적인 존재감과 상징성을 갖도록 했습니다.
컬러 : 동체에는 Cool Grey를 적용해 안정적인 무게감을 만들고, 유지보수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꼬리날개와 엔진에는 Deep Blue를 적용해 식별성을 확보했습니다.
펄 도료를 활용해 보다 프리미엄한 인상을 강화하는 방향도 검토했지만 항공기·선박용 특수 도료를 전문으로 다루는 악조노벨(AkzoNobel)과의 논의 끝에, 유지보수와 비용 리스크를 고려해 솔리드 컬러를 적용했습니다.
*악조노벨(AkzoNobel): 네덜란드의 페인트 제조업체로 항공기·선박용 특수 도료를 전문으로 다룬다.
윙렛 : 객이 사진을 자주 촬영하는 윙렛 안쪽 면에 심볼을 배치했습니다. 이를 통해 탑승 경험 속에서 브랜드가 보다 자연스럽게 인지되도록 했습니다.

이 모든 설계는 ‘하고 싶은 표현’을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운영 가능한 조건을 선명하게 구분하는 과정에서 출발했습니다. 5~7년 주기의 재도장 스케줄, 유지보수 비용, 운영 효율을 검토하고, 그 위에 파라타항공만의 감성적 경험을 더한 결과입니다.
마치며: 가장 ‘타당한’ 디자인을 향해
좋은 디자인은 단지 아름다운 조형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수천억 원이 오가는 항공 산업의 냉정한 논리, 성층권의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하는 기술적 조건,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까지. 이 모든 조건이 얽힌 현실 위에서 파라타항공의 정체성을 시각화하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디자인은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파라타항공의 리버리는 화려한 기교를 더하기보다, 안전하고 합리적인 여정을 제공하겠다는 브랜드의 의지를 남기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2025년 11월,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파라타항공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저 비행기가 멋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단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닙니다. 수많은 조건을 지나 끝내 도달한, 가장 타당한 디자인이기 때문입니다.
lmntcompany는 파라타 항공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략과 브랜드 언어 /시각 경험 디자인 (비즈니스 아이디어, 브랜드 네임 및 슬로건, 로고 디자인 및 가이드) 및 리버리 디자인을 수행했습니다. Creative Director: 최장순 BX Director: 한형민
BX Strategy: 유문선, 김소현 BX Design: 황의성, 홍성민, 김영재
About lmntcompany
토탈 브랜딩 에이전트, 엘레멘트컴퍼니(lmntcompany)는 인문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브랜딩 연구공동체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로고나 캠페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사회와 개인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며, 브랜딩과 마케팅 활동의 의미까지 재정립합니다. 우리는 상인의 지혜와 전략가의 냉철함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우리는 비즈니스 휴머니스트(Business Humanist)입니다.
Brand Strategy: 업의 본질 정의, 콘셉트 및 아이덴티티 설계
Brand Experience: 고객 접점 중심의 총체적 경험 디자인
Brand Management: 지속 가능한 브랜드 관리 자문
Contact : forward@lmnt.company
Keywords : #lmntcompany, #퍼블릭토크, #브랜드전략, #브랜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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