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멘트컴퍼니 클립토크] 디자인가이드 3편 : 현장을 이해하고 시뮬레이션으로 소통하기
- lmntcompany

- 2월 19일
- 7분 분량
아무리 훌륭한 브랜드 전략과 아이덴티티를 개발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의 모든 접점에서 일관되게 구현되지 않으면 그 의미가 반감된다. 브랜드 디자인가이드는 바로 이 '일관성'을 담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수많은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디자인 가이드를 제작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름답게 만들어진 가이드북이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거나, 형식적으로만 참조되다가 결국 브랜드 일관성은 무너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가이드가 '만들기'에만 집중할 뿐 '사용되기'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제작자의 관점에서는 완벽해 보이는 가이드가, 정작 사용자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브랜드 디자인가이드가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런 질문으로 엘레멘트컴퍼니는 클립토크: 디자인가이드 편을 기획했다. 이번 토크는 단순히 '예쁜 가이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하는 가이드'를 만들기 위해 알아야 할 4가지 실무 포인트를 다룬다.
누구에게는 당연하지만, 당연하기에 잊고 있었던 기본적인 관점들을 소개한다. "이 정도는 알고 작성하자"라는 마음으로, 이론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4가지 실무 포인트:
1편: 디자이너 관점을 벗어나자 -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2편: 정보 디자인이 핵심이다 - 보기 좋은 가이드가 읽기도 좋다
3편: 현장에서 작동하는 가이드 만들기 - 현장을 이해하고 시뮬레이션으로 소통하기
4편: 디테일이 전체를 좌우한다 - 완성도가 신뢰를 만든다

3편: 책상을 벗어나 현장으로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를 만들다 보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항목을 다루게 된다.
면세점 쇼핑백을 디자인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롯데면세점에서 실제 활용되고있는 쇼핑백 [엘레멘트컴퍼니]](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6065e39b124c4237b9e6ad846547b65b~mv2.png/v1/fill/w_980,h_55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6065e39b124c4237b9e6ad846547b65b~mv2.png)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객이 쇼핑백을 사용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공항에서 쇼핑백을 든 여행객, 기내에서 쇼핑백을 수하물칸에 올려놓는 순간, 목적지에서 쇼핑백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 이런 장면들을 상상하며 '로고가 멀리서도 잘 보여야 한다', '손잡이가 편안해야 한다'를 고민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이 '현장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의 두 가지 의미
하지만 고객이 쇼핑백을 들고 있는 그 순간은 현장의 한 면일 뿐이다. 그 쇼핑백이 고객 손에 들리기까지 또 다른 현장이 존재한다. 본사 디자인팀의 승인, 인쇄소의 샘플 제작, 품질 검수, 물류 배송, 매장 직원이 포장대 아래에서 쇼핑백을 꺼내 건네는 순간.
이 모든 과정에 사람들이 있고, 의사결정이 있고, 제약이 있다. 예산, 일정, 기술적 한계, 협력 업체와의 관계. 이것이 브랜드를 실제로 '운영'하는 현장이다. 고객이 경험하는 최종 결과물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고 관리하는 운영 시스템까지, 가이드는 두 개의 현장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가?"
Part 1: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가
브랜드 리뉴얼이 발표되거나 새로운 브랜드가 출시될 때, 론칭 소식이나 에이전시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브랜드를 마주할 때 우리는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을 본다. 새로운 로고, 세련된 컬러 팔레트, 일관된 그래픽 요소들이 모든 접점에 적용된 모습. 그것은 이상적인 브랜드의 모습이다.
하지만 몇 개월 후, 실제 브랜드 운영 현장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될 때가 있다. 처음에는 가이드를 잘 따르던 것들이 점차 흐트러진다. 어느 순간 새로운 디자인 시스템은 사라지고 로고만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단순히 "가이드를 안 지켜서"일까?
물론 운영 상황에 따라 즉각 대응해야 하거나, 비즈니스 판단으로 매출 증대나 프로모션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가이드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가이드 자체가 실제 운영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관리 가능한 시스템으로 설계하자
디자인은 트렌드를 반영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를 돋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실제로 관리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디자인 시스템이라도, 실무 담당자가 일상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면, 일관된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없다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1. 선택지를 명확하게 제한하기
티빙은 브랜드를 재정의하면서 기존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를 이에 맞게 재정립 해야했다. 기존 디자인 시스템의 핵심은 티빙 로고에서 파생된 '스팟라이트'라는 브랜드 개념을 시각화한 모티프였다. 시각적으로 세련되고 차별화된 접근이었다. 문제는 그래픽 모티프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통일성 있는 관리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 재정립을 위한 인터뷰 질의서 일부 [엘레멘트컴퍼니]](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e4c783e0e65f470c89bea5b2d9b25847~mv2.png/v1/fill/w_980,h_55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e4c783e0e65f470c89bea5b2d9b25847~mv2.png)
브랜드를 관리하는 담당팀은 대부분 소수다. 본사 마케팅팀이나 디자인팀이 중심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 브랜드를 실행하는 주체는 훨씬 많다. 각 사업부, 지역 지점, 협력 업체, 외부 에이전시. 이들은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제약 속에서, 다른 목적으로 브랜드를 활용한다. 티빙의 상황도 유사했다.
디자인을 제작해야하는 상황마다 "이 정도 각도는 괜찮은가요?", "이 크기와 컬러는 허용 범위인가요?", "여러 개를 겹쳐도 되나요?" 같은 질문이 브랜드 담당 팀에게 쏟아졌다. 상황에 맞춰 가이드를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했지만, 쏟아지는 이슈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우리는 브랜드를 재정의하면서 이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해야 했다. 새로운 브랜드 의미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되, 동시에 관리 가능한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것.

![티빙의 새로운 그래픽 모티프를 반영한 디자인 [엘레멘트컴퍼니]](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5a07201e585149e4a48346705016c8ab~mv2.png/v1/fill/w_980,h_55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5a07201e585149e4a48346705016c8ab~mv2.png)
로고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형태적 유사성은 가져가면서 기존의 모티프를 재해석했다. 그래픽 모티프를 일정한 방향성과 각도, 컬러 규정안에서 활용할 수 있게 제한하고 이와 상반되는 모티프 활용방식을 과감하게 배제해 관리를 용이하게 만들어 변수를 줄였다.
2. 하나의 원칙으로 통합하되, 확장 가능하게 설계하기
단순히 제한만 하면 활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명확한 구심점을 중심으로 통합하면서도, 그 안에서 다양하게 파생되고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LG유플러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우리가 마주한 운영 현장은 이랬다. 실제 브랜드 운영에서는 가이드와 무관하게 다채로운 컬러가 사용되고 있었다. 30종 이상의 서체가 혼용되고 있었고, 기존 가이드에 존재하던 모티프도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각 팀과 협력 업체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었다.
![LG유플러스 리브랜딩 전/후 비교 이미지 [엘레멘트컴퍼니]](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906661a9b08b4001a8e46b14b3453466~mv2.png/v1/fill/w_980,h_440,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906661a9b08b4001a8e46b14b3453466~mv2.png)
문제는 명확했다. 가이드가 있어도 실무진이 판단하고 적용하기에는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유플러스는 브랜드를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이 관리 이슈를 함께 해결했다. 컬러는 마젠타/웜블랙/웜그레이 조합으로 제한했고, 마젠타는 포인트 컬러로만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30종 이상 혼용되던 서체를 정리하고 지정 서체로 통일했다.
![LG유플러스 그래픽 모티프 시스템 'Bright Circle' [엘레멘트컴퍼니]](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2e47d9e81db8472c9fabd9526f213b3a~mv2.png/v1/fill/w_980,h_55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2e47d9e81db8472c9fabd9526f213b3a~mv2.png)
핵심은 'Bright Circle' 모티프였다. '원'이라는 하나의 명확한 구심점을 중심으로, 써클/튜브/윈도우로 확장되는 디자인 체계를 만들었다. 하나의 원칙으로 통합하되, 그 안에서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는 틀을 제공했다.

더 나아가, 가이드에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Bright Circle'이라는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유플러스다운 디자인을 구현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명확한 구심점이 있으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픽 요소가 부족하지 않나", "색깔이 더 있으면 좋겠다" 같은 반응들.
하지만 실제로 가이드가 적용되고 몇 개월이 지나자 내부 만족도가 77%로 집계되었다. 명확한 선택지 안에서 실무진은 빠르게 판단하고 적용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보기: 월간<디자인> 1월호 "덜어낼수록 더 밝아진다. LG유플러스 리브랜딩"
3. 실행 도구를 제공하기
관리 가능성은 때로 '도구'의 문제이기도 하다.
스트라드비젼 브랜드 가이드를 작업할 때, 우리는 단순히 규정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 내부 담당자가 쉽게 그래픽을 생성할 수 있도록 그래픽 제너레이터를 개발했다.
기술 스타트업 특성상 디자인 조직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다양한 기술 콘퍼런스, 전시회, 웨비나 등에서 빠르게 홍보물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은 잦다. 매번 디자이너나 외부 업체에 맡기기보다 더 빠른 실행을 위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스트라드비젼 그래픽 제너레이터 구동 화면 및 생성된 이미지를 적용한 디자인 [엘레멘트컴퍼니]](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7d683c1825ef47a6bd232168f65c2147~mv2.png/v1/fill/w_980,h_548,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7d683c1825ef47a6bd232168f65c2147~mv2.png)
그래픽 제너레이터는 가이드에 정의된 디자인의 생산을 시스템화한 것이다. 담당자가 몇 가지 옵션만 선택하면, 가이드에 부합하는 그래픽이 자동으로 생성된다. 디자인 지식이 없어도,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가이드는 규정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 규정을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도구까지 제공한다면 관리는 더욱 쉬워지고, 일관성은 높아질 수 있다.
이제 운영 주체와 방식을 파악했다면, 실제로 브랜드가 구현되고 사용되는 물리적 현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Part 2: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가
1. 제작 환경의 이해
클라이언트의 사업 특성에 따라 가이드의 초점도 달라져야 한다.
온라인 중심 비즈니스라면 UX/UI 환경에서의 활용 방안이 핵심이다. 웹 브라우저, 모바일 앱, 디지털 광고 등에서 브랜드가 어떻게 보여지는가. RGB 컬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반응형 디자인, 다크모드 대응, 접근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오프라인 접점이 주가 되는 비즈니스는 다르다. 인쇄물, 사이니지, 패키지 등 물리적 매체가 중심이다. 이 경우 CMYK 컬러 시스템으로의 변환이 필수적이다.
요즘 대부분의 가이드는 디스플레이 기반의 디지털 문서로 전달된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이 인쇄물이라면, 화면에서 보이는 색과 실제 인쇄된 색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간극을 이해하지 못하면 "가이드대로 했는데 색이 다르게 나왔다"는 불만이 발생한다.
컬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이기도 하다. 같은 RGB 값이라도 모니터마다 다르게 보이고, 같은 CMYK 값이라도 용지와 인쇄 방식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리본카 컬러 테스트 과정 일부 [엘레멘트컴퍼니]](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0d147f1a298546489d8c39b23d384a21~mv2.png/v1/fill/w_980,h_477,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0d147f1a298546489d8c39b23d384a21~mv2.png)
그렇기 때문에 가이드를 작성하기 전, 반드시 인쇄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숨고 브랜드 가이드를 작업할 때 우리는 각 용지별로 컬러 인쇄 테스트를 진행했다. 기본 인쇄지는 물론이고, 광고용 시트지, 조명용 필름까지. 그리고 그 테스트 샘플들을 클라이언트에게 직접 제공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실제 사용 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명함은 고급 용지에 인쇄되지만, 옥외 광고는 시트지에 출력된다. 실내 사이니지는 또 다른 재질을 사용한다. 같은 브랜드 컬러라도 매체에 따라 다르게 구현된다. 이 차이를 미리 파악하고 가이드에 반영해야, 실무자는 "이 정도 차이는 허용 범위"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컬러 관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글로벌 기업은 시트지용, 페인트용, 인쇄용(코팅/언코티드)까지 각 매체에 특화된 물리적 컬러 칩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2. 디자인 확정 후에도 현장으로
리본카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디자인이 선정되고 이제 가이드 작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보통 이 시점이면 더 이상 현장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디자인은 이미 완성되었고, 남은 건 그것을 문서화하는 일뿐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가이드 작성 직전, 현장을 한 번 더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실제 매장의 사이니지 환경, 공간 구조, 고객 동선을 다시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디자인 작업 때 놓쳤던 것들을 발견했다.
매장 주차 기둥에 구역 번호를 표기해야 하는 니즈가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사전에 고려하지 못했고 가이드에 '번호 표기 시스템'을 추가했다.

![리본카 브랜드 디자인 가이드: 추가된 번호 표기용 사이니지 / 사이즈를 키운 행잉배너 [엘레멘트컴퍼니]](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fa34b61939234b89bc0da29b3e7ba912~mv2.png/v1/fill/w_980,h_548,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fa34b61939234b89bc0da29b3e7ba912~mv2.png)
기존 사이니지 교체를 기준으로 이전과 동일한 사이즈로 주차장 행잉 배너를 디자인했었는데 현장을 확인해보니 크게 제작해도 충분한 천고였다. 또한 현장에서 경쟁사 행잉 배너를 함께 관찰하면서 시인성이나 가독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바로 가이드를 수정했다.
3. 현장 운영 방식의 변수
롯데면세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공식 인쇄물은 본사에서 중앙 관리된다. 전문 인쇄소에 의뢰하고, 품질을 검수하고, 각 매장에 배포한다. 우리는 이 프로세스를 전제로 가이드를 작성했다.
하지만 가이드 작성 막바지에 브랜드를 관리하는 운영팀과 리뷰를 진행할때, 예상치 못한 이슈를 발견했다. 면세점 내부에서 사용되는 간단한 안내문이나 프로모션 공지 등은 매장 직원이 A4 용지에 일반 프린터로 출력해서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일반 프린터의 특성이다. 대부분의 프린터는 용지 가장자리까지 인쇄할 수 없다. 자동으로 상하좌우 약 5mm의 여백이 생긴다.
![(우) 여백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보여지도록 그래픽을 최소화한 롯데면세점 안내용 POP [엘레멘트컴퍼니]](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1796d0112aac49908d350a54558cee47~mv2.png/v1/fill/w_980,h_55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1796d0112aac49908d350a54558cee47~mv2.png)
만약 가이드에서 '전체 배경에 브랜드 컬러를 깔고, 가장자리까지 꽉 채운 디자인'을 제시했다면? 인쇄하면 흰 여백이 생기고 컬러 또한 구현이 어려워 의도한 디자인이 망가졌을 것이다.
우리는 가이드에 현장 출력용 디자인을 별도로 추가했다. 여백이 있어도 자연스러운 레이아웃으로. 고급스러운 본사 인쇄물만 생각하면 이런 디테일을 놓치게 된다. 현장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운영 방식이 존재한다.
4. 응용 항목의 진짜 목적
현수막을 가이드에 포함할 때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것의 용도를 떠올린다. 행사장 입구에 걸려 "오늘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알려주는 광고판. 컨퍼런스장 무대 뒤편을 장식하는 배경. 이런 실제 현장에서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아이템의 실제 용도는 그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자주 쓰이는 곳이 따로 있다. 바로 보도자료용 촬영이다. 협업 발표, 신제품 런칭, 사회공헌 활동 등 보도자료가 나갈 때마다 현수막은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행사의 내용은 매번 다르다. 짧은 한 줄 메시지일 수도 있고, 여러 협업사가 함께하는 긴 문구일 수도 있다. 협업사 로고 3개가 나란히 들어갈 수도 있고, 날짜와 장소가 추가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세련된 그래픽 모티프? 아니다. 다양한 텍스트와 로고를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는 구조다. 만약 현수막 디자인이 브랜드 일관성을 위해 고정된 레이아웃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픽 모티프를 최소화한 LG유플러스 현수막 가이드 [엘레멘트컴퍼니]](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e79c09bf583c45e28067475b3b820331~mv2.png/v1/fill/w_980,h_378,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e79c09bf583c45e28067475b3b820331~mv2.png)
따라서 가이드에는 다양한 길이와 형식의 텍스트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제시해야 한다. 여러 협업사 로고가 들어갈 수 있는 레이아웃, 긴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옵션. 때로는 그래픽을 최소화하고 공간을 열어두는 것이 더 실용적이다. 각 응용 항목이 왜 존재하는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목적을 이해하면 디자인은 달라진다.
책상을 벗어나야 보인다
가이드를 만들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책상 앞에만 앉아 제작자 또는 디자이너 관점으로 완벽한 시스템을 설계하려는 것이다.
브랜드의 산업 특성, 활용 방식, 고객 접점, 운영 환경. 이 모든 것은 책상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 담당자를 만나 인터뷰하고, 현장을 방문하고, 제작 과정을 관찰해야 비로소 보인다. 현장은 한 가지가 아니다.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현장, 담당자가 브랜드를 운영하는 현장, 제작사가 브랜드를 구현하는 현장. 이 모든 층위를 고려해야 좋은 가이드를 작성할 수 있다.
그리고 가이드를 만들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계속 나타난다. "이 정도는 당연히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현장에서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이건 어려울 것 같은데"라고 우려했던 것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변수를 빨리 파악하는 능력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떤 변수가 있을 수 있는가?"를 미리 생각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완벽한 가이드는 없다. 하지만 운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이드는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책상을 벗어나 현장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4편: 디테일이 전체를 좌우한다 - 완성도가 신뢰를 만든다에서 계속

![[엘레멘트컴퍼니 클립토크] 디자인가이드 2편 : 보기 좋은 가이드가 읽기도 좋다](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00bc942ea2904c97bb973dd641bc1207~mv2.png/v1/fill/w_980,h_55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00bc942ea2904c97bb973dd641bc1207~mv2.png)
![[엘레멘트컴퍼니 클립토크] 디자인가이드 1편 :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https://static.wixstatic.com/media/d8f2d7_c8a22741b67f45bc9efe3665c7e0df0b~mv2.png/v1/fill/w_980,h_55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d8f2d7_c8a22741b67f45bc9efe3665c7e0df0b~mv2.pn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