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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멘트컴퍼니] 전략팀이 매주 보아뱀 그림을 그리는 이유 : 잠들어있던 상상력을 깨우는 팀 리추얼

  • 작성자 사진: lmntcompany
    lmntcompany
  • 4일 전
  • 3분 분량

글 : lmntcompany 전략팀


“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en ohne Begriff sind blind”

내용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칸트


대표님 컴퓨터 배경화면 속 칸트의 문장이다. 우리 일에 대입해 생각해보면, ‘크리에이티브 없는 전략은 공허하고, 전략 없는 크리에이티브는 맹목적이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매일 칸트의 문장을 볼 때마다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의 밸런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지만, 바쁜 와중에 끝이 보이지 않는 리서치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보면 어느새 칸트의 문장은 희미해지고 리서치와 분석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경쟁사를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구조화된 장표를 구성하느라 정신이 없던 우리 전략팀에게 어느날 대표님이 팀 리추얼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리추얼은 단순했다. 아침에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실루엣을 각자의 방식으로 채워보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리추얼은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반복하며, 그 과정에서 일상에 동력을 제공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보아뱀을 어떻게 다시 상상해볼 수 있을까?
보아뱀을 어떻게 다시 상상해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어색했다. 키노트와 넘버스를 오가며 브랜드를 분석하고, 전략을 구조화하다가 연필과 지우개를 들고 텅 빈 보아뱀을 채우려니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하다보면 뭔가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연필을 붙잡고 그림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초기의 보아뱀들은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그림을 그리는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의 보아뱀들이었다.



TLJ(프로젝트) 생각에 푹 빠진 보아뱀
TLJ(프로젝트) 생각에 푹 빠진 보아뱀
부대표님의 치과진료 소식을 듣고 …
부대표님의 치과진료 소식을 듣고 …

다양한 행성들을 그려넣어 보아뱀 뱃속을 우주로 채우거나, 제목으로 말장난을 치며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보아뱀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는 관점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중력을 벗어난 상상력


그래도 꾸준히 리추얼을 이어가다보니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아뱀은 궁예의 안대가 되기도 했고, 사람이 누워 휴식하는 해먹이 되기도 했다. 상상력이 보아뱀 밖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는 정말 불이 붙었다. 음영을 넣고, 색을 입히고, 하루에 두세 개씩 그리는 사람도 나왔다. 평소 조용히 리서치와 장표 작업에 몰두하던 팀에 새로운 에너지가 흐르기 시작했다.


지우개밥 휘날리며 …
지우개밥 휘날리며 …

슬슬 상상력이 눈앞의 현실과 일상을 넘어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형태를 뒤집고, 쪼개고, 해체했다. 보아뱀은 가족을 덮어주는 이불이 되고, 머리를 흔드는 오리가 되었다. 서로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스토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종이를 실제로 찢어 "코끼리 구출 작전"을 표현하거나, 죽은 보아뱀의 무덤을 만들어주는 그림도 나왔다. 딱딱한 전략의 언어로 구조를 세우는 일에만 몰두하다 이렇게 그림을 꾸준히 그려보니, 확실히 아이 같은 면이 살아나고 상상력이 활성화되는 기분이 느껴졌다.




보아뱀으로 서로를 이해하기


그런데 이 리추얼의 의외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었다. 팀원들 간의 대화가 달라진 것이다. 리추얼을 시작하기 전, 우리는 주로 주말에 뭐했는지, 프로젝트에 문제는 없는지, 날씨가 너무 덥다든지 하는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하지만 각자의 보아뱀을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대화의 결이 바뀌었다. 각자 보아뱀 그림을 설명하고, 서로의 그림에 대해 질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현재 상태, 고민하는 지점, 사고의 패턴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각자의 스타일도 명확해졌다. 제목으로 승부하는 사람, 디테일한 묘사에 공을 들이는 사람, 개념적 접근을 시도하는 사람. 작은 그림 하나가 서로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창구가 된 것이다.



상상력이 만드는 전략, 리추얼이 만드는 문화



브랜드 전략은 정해진 답을 찾아나가는 일이 아니다. 로직과 전략에서 출발하되, 유연한 상상력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우리는 상상력을 깨우고, 사고의 유연성을 기를 수 있는 새로운 리추얼들을 실험해보고자 한다.


반복에는 힘이 있다. 매일 아침 보아뱀을 그리며, 우리는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리추얼이 얼마나 큰 활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우리는 작은 반복을 통해 팀의 문화를, 문화를 통해 팀의 역량을 길러나갈 수 있는 리추얼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그렇게 쌓인 일상의 리추얼이 결국, 상상력 있는 전략과 살아있는 브랜드 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


에필로그 : 보아뱀 그리기 대회?


리추얼을 시작할 때 보아뱀 그리기 대회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하다보니 승부욕이 붙은 우리는 대표님께 우승작을 선정해달라고 요청드렸다. 심사기준은 기존 ‘보아뱀을 삼킨 코끼리’라는 생각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벗어났는가. 치열한 경쟁 끝에, 신선한 발상과 함께 밈(meme)을 적용해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평과 함께 ‘잔상 오리’가 우승작으로 선정되었다. 우승자 이 모 매니저는 우승상품인 테라로사 커피를 마시며 다음 리추얼에서도 우승을 노려보겠다는 한마디를 남겼다.




제 1회 보아뱀 그리기 대회 우승작: 잔상오리
제 1회 보아뱀 그리기 대회 우승작: 잔상오리

우승자 ‘ho 매니저’의 뒷모습
우승자 ‘ho 매니저’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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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브랜딩 에이전트, 엘레멘트컴퍼니(lmntcompany)는 인문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브랜딩 연구공동체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로고나 캠페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사회와 개인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며, 브랜딩과 마케팅 활동의 의미까지 재정립합니다. 우리는 상인의 지혜와 전략가의 냉철함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우리는 비즈니스 휴머니스트(Business Human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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